노동자 지식인
황철우(사단법인 더불어숲 이사)
20년 전 우이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선생님이 개설한 ‘노동대학’의 첫 수강생이었다. 당시 기업은 줄줄이 무너지고 거리에는 노숙자와 해고자가 넘쳐나고 있었다. 일자리를 빼앗는 기업의 구조조정은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저항하는 노동자는 구속·수배·해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나 또한 그랬다. 잠시 감옥을 경험한 이후 학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때, 노동대학의 개설은 새로운 희망이었다. 선생님은 첫 강의 때 ‘근로인텔리’를 강조했다. 노동대학은 ‘일하고 투쟁하는 노동자가 세상을 제대로 분석하고 바꿔내야 한다’는 지향을 가지고 만들어졌으며, 10년, 20년 지속되길 바란다’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노동대학에 대한 선생님의 애정은 각별했다. 노동대학의 프로그램도 직접 챙기셨으며, 모든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셨다. 학습이 더 필요하다는 1기 졸업생의 요구를 접하시고 ‘노동대학원’을 만들어 강의를 맡아주시기도 했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노동자 지식인’ 양성에 직접 나선 것이다. 실천의 담당자가 이론의 담당자가 되어야 하며, 한 사회의 지식 담당 계급을 바꾸는 일이 그 사회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길을 정확히 제시해 주신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있는 것일까? 선생님 덕분에 노동대학은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으며, 20년의 역사를 지켜내고 있다. 명실상부한 노동교육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노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과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 지식인’의 양성소라고 자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갈수록 작아지는 노동의 소리를 담아내고 확신시키는 역할을 묵묵히 진행하고 있다. 해고노동자, 이주노동자와의 연대 등 하방연대도 실천 중이다. ‘한 발 앞서되 한 발만 앞서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더디지만 세상을 바꾸는 길을 멈추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지금은 ‘노동아카데미’로 이름을 바꿨다. 노동의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노동아카데미’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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