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찬물>
여름 소나기의 질타가 필요합니다
장승처럼 선 자리에 발목 박고
세월보다 먼저 빛바래어가는 우리들에겐
수시로 우리의 얼굴을 두들겨줄
여름 소나기의 질타가 필요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무릎 칠 공감을 구하여
깊은 밤 살아 있는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같은 아픔을 가지기 위하여
좁은 우산을 버리고 함께 비를 맞기도 하며,
어줍잖은 타산他山의 돌 한 개라도
소중히 간수하면서……,
우리의 내부에서
우리를 질타해줄 한 그릇의 소나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돌베개, 257쪽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