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더불어숲 통(通) 38호_7,8,9,10,11,12/25

<아카이브가 만난 인연>

 

 

김영덕 화백 _ 신영복 선생님의 은사, <전장의 아이들> 작가

 

아카이브 팀은 지난 621일 오후, 김영덕 화백과 그 따님 김정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 인터뷰 요약을 지난 달에 이어 싣습니다.

 

(김화백) 신교수는 참 좋은 학생이었어요. 선생들 눈에 진짜 사랑스럽고 슬기롭고 공부 잘하고. 어떻게 알았는지 대학원 간 후에도 가끔 여기를 찾아오더라고. 그 뒤로 (감옥에서 나와서도) 계속 만나기도 하고.

 

(더불어숲) 갖고 계신 신영복 선생님의 작품과 그와 관련된 사연은 어떤 것이 있으신지요?

 

(김정은 선생) 저 결혼할 때 주신 <더불어한길>이 있고, <처음처럼>도 있습니다. 여러 작품을 주셨어요. 아버지 안 드리고 다 저에게 주셨는데, 너무 많이 받아서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면 가지고 있다가 아무나 줘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제가 좀 고지식해요. 제가 다 갖고 있기가 좀 그래서 진짜로 주고 싶은 사람들,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다 나누어 주었어요.

 

(김화백) 신영복 교수에게 붓글씨를 가르쳐 준 선생이 있거든. 노촌 이구영 선생이라고. 그분이 나에게 붓글씨를 준다고. 내 이름까지 딱 써 가지고, 저쪽에 있어요. 이것이 이구영 선생 글이구요.

 

<이구영 선생님 작품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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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백) 이걸 하나씩 드릴까 하는데. 내가 전시회 냈던 그림 중에서 괜찮은 거 6개로 만든 엽서에요. <엽서 사진>

여기는 금강산 관광코스에는 들지 않은 곳인데, 현대아산 쪽에서 특별히 이 자리를 나에게 보여준 거예요. ‘천화대라고 외금강의 제일가는 경관인데, 1160m 고도. 여기를 북쪽과 남쪽의 안내자들 두 사람씩 붙여서 내가 들어갈 수 있게 허락을 해줬어요. 거기 가서 이 작업을 얻어온 거죠. 내가 직접 현장에서 그린 건 아니고.

 

(김정은 선생) 스케치도 안 하세요. 사진도 안 찍으시고. 그냥 보고만 오세요. 감각으로. 온 감각으로 담고 기억해서 그리세요.

저는 아버지와 신 교수님이 관계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책으로 먼저 알았어요. 제가 원래 수학전공이었는데 882월에 졸업을 하고 사회학과로 편입해서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었거든요. 여름에 학교 서점에서 엄청 선풍적이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알게 되고, 그 책을 정말 많이 샀어요. 제가 선물을 그 책으로 다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아까 아버지가 말씀하신 1990년 전시회 때 신 선생님을 뵀는데도 그 책의 저자이신 걸 몰랐어요. 그때 기억이 없어요. 나중에야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그러다가 군대 갔다 온 동기들이 졸업하는 91년에, 서클 기수 모임을 따로 만들면서 의미 있는 일을 모색하다 신영복 선생님을 한번 뵈면 좋겠다고 얘기가 된 거예요. 아버지 통해 연락드려 처음 뵈었어요. 2월에 동기들이 졸업을 하고 3~5월 정도였을 거예요.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제가 먼저 뵈었는데 우리 모임에도 나와 주셨어요. 학교 앞 중국집도 오셨고, 산도 같이 가시고 그랬어요.

 

(더숲) 더불어숲의 원조이시네요.

 

(김정은 선생) 그 정도로 편하게 대해주셨어요. 친척 아저씨 같은 느낌, 삼촌 같은.

선생님이 1968년 초봄에 저희 집에 오셨대요. 아버지 뵈러 오셨다가 제가 아장아장 걸었던 걸 기억하시더라고요. 감옥 갔다가 나오시니 제가 커 있었잖아요. 선생님께서 느낌이 남달랐던 거 같아요.

예전에 대학 동기들이랑 모여서 신영복 선생님을 뵈었을 때 연애하는 것에 대해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여자친구, 남자친구 사귈 때 옆에 데리고 다니면 폼나는 그런 사람만 찾지만 그게 아니라 살다보면 엄마 역할도 해야 하고, 사위, 며느리 등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각각 그 자리에 사람을 한 번 다 놔봐라. 나이 들어가면서 각 자리에서 그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그걸 한 번 생각을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선생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던 게 돌아가시기 전 9, 추석 전 가을에 선생님이 반짝 좋아지셨어요. 오랜만에 뵈러 갔었는데, 전혀 아프신 것 같지 않았어요. 식사자리에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 딸이 대학 2학년으로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딸에게 전해주라면서,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사귀지 말고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사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좋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무언가 깊이가 느껴지고, 정확하게 의미를 알 수는 없지만 주도적인 사랑을 하라는 의미로 여겨졌어요.

 

(더숲) 신영복 선생님께서 그림을 자연스럽게 잘 그리시는 것은 김영덕 선생님께 사사받은 덕인 것으로 알겠습니다. 저희에게도 그림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말고 글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있으면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하셨거든요.

 

(김화백) 불교에서 불립문자(不立文字),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림이라는 것이 감각, 감성이 많이 작용하는 영역이니까, 언어적 표현으로 도저히 안 되는 미묘한 감성의 세계가 있거든요. 그것이 그림에서는 가능한 것이지요. 무언가 표현할 때에 문장적 표현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서 표현하는 경우, 언어 그 이상의 의미가 함축되어 담기는 것이지요.

 

그 후로도 남북문제와 통일에 대해 경제적 이득에서 문화적 성취, 세계 평화에 대한 기여까지 평소 생각을 거침없이 말씀해주셨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아카이브에 담아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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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남북문제와 통일에 대해 경제적 이득에서 문화적 성취상세정보열기